BBaeBBol Project ⸱ 빼뻘프로젝트
2013 아차도 프로젝트 _ 섬의 소리를 듣다 _이선영(미술평론가)
섬의 소리를 듣다
이선영(미술평론가)
‘섬쏭 레코드 사’라는 재미있는 팀 명을 가진 ‘섬의 노래’는 크게 네 개의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섬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재현, 또는 표현되었다. 소리는 몸과 공동체 같은 보다 원초적인 것을 일깨운다. 소통의 형식으로 그것은 독백보다는 대화를 강조한다. 자신만을 음울하게 주시하는 근대에 연원하였지만 지금도 보편적인 예술의 어법을, 공공 문화 예술은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현대는 끝없이 나와 주체,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를 말하지만, ‘대중 개인주의’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개인은 생각보다 자율적이거나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은 각자이지만 대개 비슷한 공간에서 비슷한 일을 한다. 나를 떠나 더 큰 나를 만나는 것,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마주하는 일은 방법과 의지가 동시에 요구되는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월간 아차도](4월-9월)는 아차도 주민의 일상적 삶을 신문으로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평범한 이들의 평범한 사연을 신문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기념비적인 것으로 고양시킨다.
11월 16일 저녁 아차도에서 발표된 [딸매보고 꼬치너머 바다래지나 황새지걸어 빼물까지 아차도 한바퀴]는 주민이 서로 촛불을 옮겨주며 동네 한 바퀴를 도는 퍼포먼스였다. 촛불 릴레이를 통해 마을 사람들이 마을회관으로 모였고 평소에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적어 낭독하는 행사로 이어졌다. 행사 시각이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쉬면서 저녁을 먹기 전후의 시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저녁의 추위 속에서 주민들이 모이기는 쉽지 않았지만 다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오신 어르신들이 있을 만큼 돈독한 인간관계를 보여주었다. 내용을 미리 써오는 것을 잊어버린 어르신들은 즉석에서 마음속에 담아왔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했다. 이 ‘퍼포먼스’는 독특한 그 무엇인가를 한다기 보다는 필요한 것에 맥락이나 장(場)을 마련해 준다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이어 달리기는 마을 교회에서도 종종 해왔던 주민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한다.
아차도의 마을교회는 잠시 ‘아차도 극장’으로 변신하여 미니 영화가 상영되었다. ‘시를 탐한 섬의 낮, 그리고 밤’이라는 부제로 열렸는데, 아차도 주민의 삶과 그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한 작가의 독백이 주를 이룬다. 들숨 날숨을 이용한 피리소리는 섬마을 교회에 샤머니즘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것은 시적이면서도 기이한 분위기였다. 영상 속 대화는 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대다수가 노인이다 보니까 그들의 일대기적 사연들이 많았고, 회고와 향수를 자아낸다. 노년은 거의 인간만의 특성이다. 노년이 되기 전에 도태하는 냉혹한 자연 생태계의 법칙에 거슬러 인간은 노년이라는 생물학적이고도 문화적인 시기를 앞둔다. 그러나 현대인은 노년을 애써 잊으려한다. 농어촌에서 진행되는 공공 문화 예술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억압된 이 타자와 불가피하게 맞딱뜨리게 한다. 그것은 그들만이 아닌 내 안의 타자이기도 하다. 영상의 장면들은 다소간 멜랑콜리했지만, 그것은 어둠속에서 창이 거울로 변하듯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는 시점이다.
즉각적인 자기 반사가 특징인 비디오 매체에는 나르시시즘적 시선이 내재되어 있다. 그 작품을 보는 누구나 거기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나는 나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바닷가에 마주한 폐가 주변을 LED로 장식하고 집의 벽면에 영상을 투사하는 작품은, 섬의 외로움을 더욱 절실하게 드러낸다. 쌩쌩 불어오는 갯바람을 프로젝터가 얼마큼 버텨줄지는 아슬아슬했지만, 영상을 벽면에 쏨으로서 마치 창문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따스한 느낌을 자아낸다. 아차도 주민의 삶을 담은 영상은 낡은 벽의 빈티지한 느낌과 결합되었다. 비디오는 공동체의 서사를 담는 그릇이 되었는데, 2012년에는 섬의 소리를 음반으로 담았다면 2013년에는 비디오 매체를 많이 활용했다. 비디오가 시청각 매체라는 것은 어떻게 들려올 것인가 뿐 아니라 어떻게 보여 질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예술은 삶의 핵심을 집어내는 압축된 형식이기에, 서사는 단지 담겨질 뿐 아니라 조직되어야 했고, 그래야 제대로 들려지고 보여 질 수 있을 것이다.
출전; 인천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