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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의 기술_박수진(예술학, 독립큐레이터)

독거의 기술

박수진(예술학, 독립큐레이터)

우리나라 인구의 29.1%, 800만 명 이상이 1인 가구이다. 이제 혼자 사는 삶은 젊던 늙던 일반적 가구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혼자 사는 삶은 화려한 싱글라이프 또는 여유로운 노년의 삶을 꿈꾸게 하지만 대다수 1인 가구의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 특히 노년에 혼자 살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어떤 준비도 할 수 없었던 이들의 독거 생활은 더욱더 막막하다. 그것은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삶 전반을 아우르는 문제이기에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65세 이상 노인 중 셋 중 하나는 이렇게 나 혼자 산다.

김현주 작가는 2011년부터 노인들의 삶과 이야기를 다루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번 <독거의 기술> 역시 지난 1년 동안 성북 지역의 혼자 사는 어르신들과 함께 한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나온 작업이다. 워크샵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고 서로 공감하는 시간 속에서 생긴 신뢰는 작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영상 작품 속 어르신들은 자신의 일생과 혼자 살아온 일상을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어르신들이 전하는 독거 생활은 평범하지만 현실적이다. 여기에 김현주 작가의 장점이 있다.

작품에서 다룬 네 분의 어르신들 모두는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나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새기며 살아냈다. 이들은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삶보다는 산업역군으로, 농군으로, 전업주부로, 가족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이 세대들이 그렇게 자녀와 부모를 부양했던 30년 전에는, 그들도 무릇 가족은 어른으로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고 자녀와 손자들과 함께 여러 세대가 사는 것이라 알고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왔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혼자 사는 노년의 삶을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평생 노동으로 이룬 산업화와 도시화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들을 소외시킨다. 이제 가족은 점점 쪼개져서 뿔뿔이 흩어져 각자 사는 시대가 됐다.

이렇듯 온전히 ‘나’로서 살아본 적도 없었고 혼자 사는 법을 배워 본 적도 없던 이들 세대들은 완전히 바뀐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독거의 기술을 스스로 터득하고 익혀야만 했다. <독거의 기술>은 이들의 삶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노인 세대에 관심이 많은 작가의 카메라는 아주 개인적이고 사소하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어르신들은 가장 사적인 자신의 인생사를 말한다. 한국전쟁으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평생 홀로 자식을 키우고 또다시 혼자가 된 일상을, 12살부터 80이 다 된 지금까지 평생 노동을 했지만 여전히 가난한 삶을, 고독사가 두려워 혹시 모를 자신의 죽음이 이웃에게 빨리 발견되기를 바라며 매일 밤 문을 열고 자는 습관을. 어르신들 개인의 삶은 전쟁과 산업화의 과정, 사회적 정치적 것들과 얽혀서 격변하는 시대를 따라 그들의 삶도 굴곡졌다.

이번 <독거의 기술> 전시는 네 분의 이야기를 담은 4점의 영상작품을 중심으로 그들의 독거 생활의 사물들과 함께 보여준다. 영상에서는 아카이브 하듯 섬세하게 어르신들과 그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사물들은 오롯이 이야기에 힘을 담아줬지만, 전시장에 설치된 독거기술을 설명하는 사물들은 남루하고 고단한 현실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 했던 것처럼 독거노인들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그것들이 모이자 그것은 더 이상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음을 작가는 보여준다. 그렇기에 김현주 작가가 다루는 <독거의 기술>은 우리 근현대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사를 보여주며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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