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aeBBol Project ⸱ 빼뻘프로젝트
ALT CRITICISM - nemaf 2024 비평 웹진_[다섯 번째 글] <빼뻘: 시공을 몽타쥬하다> 김현주 X 조광희, 2023
<빼뻘: 시공을 몽타쥬하다>는 3개월간 빼뻘이라는 동네를 라이다 스캔 후 VR로 전시 기획한 작품으로, 빼뻘은 의정부의 캠프 스탠리라는 미군기지의 후문을 기점으로 형성된 기지촌 마을이다. 의정부 캠프 스탠리는 유일하게 반환되지 않은 미군공여지로, 그 때문에 빼뻘은 아직도 1960년대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빼뻘(뺏벌)이라는 동네의 이름은 “한번 빠지면 빼도 박도 못한다”는 소문과 같은 뜻을 지니는데, 작품은 여전히 빼뻘이라는 이름으로 지속해 온 공간 그리고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풀어낸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주민의 말인 “미군에 의해 먹고 살아온” 빼뻘은 2007년 이후로 캠프 스탠리의 병력이 빠져나간 후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현재 빼뻘은 이주민 노동자와 예전부터 빼뻘에 살아 온 사람들이 주민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작품이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녹취해 풀어낸 이유는 당연히 빼뻘이라는 공간의 역사를 구술사의 시각으로 풀어내기 위함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작품은 빼뻘이라는 공간을 라이다 스캔하여 가상의 3D 공간에 구현하는데, 이는 공간을 기술적으로 가공함으로써 어떤 공백처럼 남을 기지촌이라는 대문자 역사에 쓰이지 않을 비가시적인 공간 혹은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가시화한다. 또한, 작품은 기지촌이라는 상당히 ‘개념적’이고 ‘사고 편향적인’ 공간을 다소 편협한 인간의 눈을 최대한 배제하는 라이다 스캔이라는 방식으로 작업함으로써, 그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사고 다발적’이게끔 만든다.
사실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오고 갈 수밖에 없는 기지촌이라는 공간은 다분한 생산성과 유동성을 지녔을 텐데, 물론 그러한 생산성과 유동성은 기지촌에 근무하는 여성들에 의해 대부분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제 현재의 빼뻘은 더는 기지촌이 아니게 되어 기지촌의 풍경만을 간직한 채 남아 있을 수밖에 없고, 그리하여 그 풍경만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빼뻘: 시공을 몽타쥬하다>는 그러한 생산성과 유동성의 역설을 오히려 드러낸다.
글. 난둘. 네마프X해파리 에디터.
